5월 체육대회를 앞두고 반 T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내 학창시절 기억을 돌이켜보면 반티를 정하는 날은 반 친구들이 항상 싸우는 날이었다. 반장이라 교탁 앞에 나가서 학급회의를 진행했어야 했는데 이걸로 하자, 저걸 하자. 이거 싫어, 저거 싫어. 등등…점점 반 아이들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곤 했다.그래서 담임으로서 내가 가장 먼저 한 걱정은 ‘반 친구를 싸우지 않고 결정할 수 있을까?’였다.가장 우려되는 전개는 아, 이거 싫어.’ 으로 (단순 부정적 감정 표출) 끝나는 발언이었다.이는 ‘기장이 너무 길어서 촌스러워 짧은 바지를 고르자!’처럼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밑바탕도 없어 싫다. 싫다 라고 말하면 의견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래스티를 정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몇 가지 주지시켰다. 특정 디자인에 반대표를 던질 때는 그 이유를 제시할 것.2.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후 의견을 진술할 것.3. 투표결과에 순순히 항복(?)할 것.사람마다 의견과 취향은 다르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대다수 친구들이 원하는 디자인이 다를 수 있지만 투표 결과는 친구들의 생각이 모인 결과이기 때문에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게 멋진 중학생임을 강조했다.
결과는? 나름 선전했다. 요즘 번티 사이트에서 유행하는 슬램덩크 농구 민소매를 고르기로 했다.밴티에 새기는 번호를 통일해야 했지만 우리 반인 21(2-1반)로 하자는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왔다.중학생들과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규칙을 세우는 것..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앞으로도 규칙을 전제로 회의를 잘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